승리의 조건.
약 6년전 저는 브론즈 5 0포인트에서 마이너스 6포인트 사이(그 시절엔 버그인지 오류인지 0포인트에서 지면 -점수가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를 오갈 정도로 끔찍한 트롤러였습니다. 제가 캐리해서 게임을 승리로 이끌 실력은 없으니, 킬딸이나 치면서 놀자는 심보였겠죠.
아마 아는 사람은 아실겁니다. 샤코와 피즈를 합쳐서 200판 넘게 하면서도 평점은 20점~ 10점 사이를 유지했으니까요. 음... 당장 기억나는 브론즈 5 여포중에서는 "독백이 그린 미소"?님이 있을겁니다. 아직도 활동하시는지는 모르겠네요. 본캐가 플레인가 다이아라 그랬었는데... 브5에서 르블랑으로 애들 뚝배기 다깨고 평점 100점 유지하시는 분이었을겁니다. 그분이랑 큐잡히면 어떻게 한 번 죽여볼라고 계속 따라다니고 그랬는데...ㅋㅋㅋ
그당시 저는 미드에서 아무것도 안하면서 오직 경험치만을 수급하고, 스킬 자체의 데미지만으로 킬딸을 치고 빠져나오는 짓을 반복했습니다.
그짓거리도 계속 반복하다보니 어느정도 애들이 생각하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계속 미드를 밀어서 타워를 깨버리면 좋을텐데, 왜 로밍을 가서 킬을 따려고 하는거지? 나랑 상대의 분당 cs차이는 거의 50개인데...", "진짜 이기고 싶다면 왜 자신의 팀에 대한 험담을 하는거지? 승리에 전혀 도움이 안될텐데.", "왜 cs를 70개쯤 앞서간다고 과감하게 플레이하는거지? 집도 안갔다와서 경험치 차이도 없는 새끼가." 이런 의문을 많이 가졌습니다. 게임 자체에 집중하지 않았으니 잡생각이 많아진거라고 봅니다. 그래도 덕분에 게임을 플레이하는 상대방의 성향에 대해선 어느정도 알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피지컬 대신에 상대방의 "오해"를 이용 할 줄 아는 능력을 지니게 됐습니다. 어떻게 해야 내가 더 쓸모없어 보이는지, 약해보이는지를 고민하게 된거죠. 그래야 상대가 다이브(무리)를 치니까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리그 오브 레전드는 더 이상 그냥 피지컬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닙니다. "물론" 낮은 티어일수록 피지컬로 잘못된 판단이나 전략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은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유저 수준이 높아진 지금은 사상과 사상이 맞부닥치는 일종의 증명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원활한 cs 수급이 확실한 윈플랜이라고 여기지만, 누군가는 정글러 케어가 확실한 윈플랜이라고 생각합니다. 리그 오브 원딜인 현 시점에서 최고는 단순히 원딜러를 지키고 체력을 보호해주는 아이템이나 챔프를 고르는게 옳은 선택일수도 있습니다. 다섯개의 계획과 다섯개의 계획이 합쳐져서 충돌하는 것이 현 시점의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입니다.
상대 라이너를 즉여버렸을 때, 어떤 라이너는 안전한 시간동안 라인을 관리하고 경험치를 수급해 이후를 도모 할 수도 있지만, 아군 정글러는 템차를 줄이기위해 미니언을 같이 쳐서 빨리 타워를 밀어주게끔 원할지도 모릅니다. 이 경우 내 계획과 아군의 계획은 충돌합니다. 둘다 틀렸다고 볼수만은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판단은 달라야 하는거니까요. 하지만 낮은 티어에선 유저가 한 "성향"을 지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황에 관계없이 같은 판단을 여러번 반복하는 것을 저는 개인적으로 성향이라고 말합니다.
최선의 수는 서로가 원하는 의견이 일치하고 실제로 유의미한 이득을 보는 것이지만, 차이가 생기면 아군은 결국 말하고 맙니다. "우리 리신 애ㅁ 뒤졌네."라고 말이죠.
아무리 뛰어난 전략도 아군 멘탈을 박살내면 소용이 없습니다. 나가면 다행이고, 상대방에게 킬을 주기 시작하면 영락없이 4 : 6 게임을 하게 되니까 말입니다. "응 니 없어도 이겨~"이런 말은 하지 맙시다. 솔직히 님이 아군 한 명 없어도 이길 실력이면 애초에 그티어에 안있음;
조금 더 심화된 관점에서 보자면, 저티어일수록, 내 실력이 부족할수록, 온건하며 아군의 멘탈을 터트리지 않는 전략을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아군 전적이 아무리 좋아도 벤픽창에서 아가리를 털면 바로 닷지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 복합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애니비아는 최고의 픽입니다.
1. 비주류다.
- 사람들은 비주류 챔피언을 조금씩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딜교를 피해주면 상대는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어? 상대가 cs 포기하면서 사리네? 못하는건가? 아님 내가 쌘가?"
원래는 "상대가 강함 - 내가 사림 - 상대가 라인전 주도권을 쥠." 순으로 생각이 진행되는 반면에, "상대가 사림 - 내가 쎈가? - 딜교를 걸어봄" 순으로 생각이 진행되게끔 유도하는 것입니다. 파블로프의 개랑 유사한 부분이 있죠?
2. 정보가 부족하다.
- 리그 오브 레전드는 상대방의 스킬셋을 알고있냐 모르고있냐의 여부가 굉장히 크게 작용하는 게임 중 하납니다. 물론 q스킬이 기절이고 w스킬이 벽인건 알겠죠. 하지만 피해량은 어느정도고 벽의 실질적인 길이가 어느정도냐고 물으면 아무도 대답하지 못할겁니다. 써본적도 없고 당해본적도 없으니까요. 아참. w로 채널링을 끊을 수 있다는건 아셨나요?
3. 일방적임.
애니비아는 일방적인 캐릭터입니다. 650사거리 타겟팅 스킬이 그리 많지가 않아요. 최악의 상황을 피할 능력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뽑을만한 픽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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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는 상대방 존내 패서 타워 다깨고 넥서스 박살내는 게임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승리의 조건이 억제기 1개. 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죠) 그보다는 롤러코스터 타이쿤같은 관리 게임에 좀 더 가깝습니다.
시야 확인하고, 적 정글, 아군 정글 동선 확인하고, 바위게 싸움에서 이득봐주고, 결정적인 순간엔 로밍가주고, cs 잘챙겨먹는 그 모든 선택이 결국엔 승리창을 띄우게 되는겁니다.
높은 티어에선 모든 사람들이 위에 서술된 "관리"를 실행합니다. 챔프 본연의 성능은 저것들을 모조리 수행하는데에 얼마나 쾌적한가, 얼마나 이득을 보는가에 달려있죠. 그러니까 프로가 "뭐뭐 구리다.", "뭐뭐 좋다"라고 하는 말은 그냥 무시하십시오. 그 양반들은 40분 cs 420개 처먹는 괴물들입니다. 심지어 상대도 프로인데도...
하지만 우리가 저걸 합니까?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봅시다. 텔들고 미니맵 보는 시간이 40분 게임에서 5분이나 넘습니까? 장담컨데 아닐껄요?
그래서 애니비아가 좋은 픽이라는 겁니다.
밀리면 밀리는대로 경험치먹고, 궁 배우면 배우는대로 cs를 수급하면서 다른 소소한 것들에 신경을 써줄 수 있는 챔피언이거든요. 텔을 던져서 아군 목숨을 살려줄수도, 킬을 따낼수도 있습니다. 세세한 맵리딩이 없다면 하기 힘들겠죠?
그렇기에 애니비아는 실력을 늘리기 좋은 챔피언입니다. 할 게 없어서 미니맵 보고 시야먹고, 아군 정글 봐주다보면 습관이 들어서 다른 챔프들로도 비슷한 케어를 해줄 수 있게 되거든요.
단점도 많고 장점도 많지만 쾌적함이라는 측면에서 애니비아를 능가하는 픽은 없다고 봅니다. 제가 말한대로 운영하면 딱히 상성을 많이 타지도 않아요. 다들 애니비아로 10승 100승 얻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그럼 20000 빠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