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렐요드 치료사의 아들, 케간 로디는 날 때부터 소외받았다. 케간의 어머니가 가진 약간의 마법과 약초학 지식 덕분에 두 모자는 리간 유역이라는 이름의 작은 바닷가 마을 변두리에서 입에 풀칠하며 살아갈 수 있었다. 소년에게는 친구가 거의 없었다. 나이는 어렸지만 케간은 자신의 아버지가 적군의 약탈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소외당하는 이유는 바로 아버지, 더 나아가서는 케간 때문이었으니까. 마을 사람들은 케간을 "약탈자의 자식"이라고 불렀다. 케간의 마음속에는 고독과 분노가 차곡차곡 응어리졌고, 이는 종종 폭력적인 모습으로 드러났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기나긴 겨울이 지난 후, 노쇠한 케간의 어머니는 결국 죽음에 굴복하고 말았다. 케간은 화장한 유골을 뿌리며 어머니가 일생을 바쳐 치료했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중에서 조의를 표하러 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차가운 바람과 함께 케간 또한 사라져 주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줄 것이다. 물론 복수가 끝난 후에 말이다. 케간은 마을에 불을 질렀고, 자기 자신에게 결코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서 밤을 틈타 도망쳤다.
케간은 프렐요드의 얼어붙은 벌판을 방황했다. 아버지를 찾아다니는 중이라고 스스로에게 속삭였지만, 그가 진정으로 찾던 것은 친구였다... 아니면 자신을 상냥하게 대해 주는 사람이라도 만나고 싶었다. 결국 아무도 찾지 못한 채 어느 동굴에 몸을 누인 케간은 그렇게 죽음을 기다렸다.
하지만 케간을 찾아온 것은 죽음이 아닌, 한 외지인이었다.
수수께끼의 마법사 라이즈는 반쯤 얼어붙은 이 젊은이에게서 잠재력을 발견하고는 제자로 삼았다. 하지만 케간이 처음으로 싹틔운 거친 마법의 힘은 만족스럽지 못했고, 스승과 제자는 고군분투해야 했다. 케간은 인내심과 겸손함을 가지라는 라이즈의 가르침을 새겨듣지 않았다.
불행하게도 라이즈에게는 이미 수행 중인 임무가 있었기 때문에 케간을 가르치는 일은 항상 두 번째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라이즈는 룬테라를 멸망시킬 힘이 담긴 전설 속의 세계 룬을 찾아 숨겨 왔다. 케간 역시 열심히 찾아다닌 끝에 룬 파편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고, 이미 수많은 자들을 광기로 몰아넣은 치명적인 유혹과 마주했다. 케간은 스승의 경고를 무시하고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마법의 근원인 룬의 힘을 움켜쥐는 쪽을 택했다.
라이즈는 원시의 마법이 제자를 집어삼키는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케간의 영혼은 완전히 소멸되었다. 바로 그 순간에 태어난 존재는 라이즈가 눈 속에서 구해낸 비참한 젊은이도, 한때 자신의 제자였던 프렐요드 마법사도 아니었다.
케간은 화염과 복수심에 불타는 존재가 되어 필멸자들의 왕국에 발을 내디뎠고, 이후 브랜드라고 불리게 된다.
한때 스승이었던 자, 그리고 자신과 룬 사이를 가로막는 모든 살아 있는 존재를 저주하며 브랜드는 마법의 화염을 내뿜었고, 라이즈는 간신히 목숨만 건진 채 도망쳤다.
그날 이후로 수백 년 동안 브랜드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자연의 불길이 되어 세상에서 아무것도 받지 않고,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가끔은 혜성처럼 하늘을 불사르며 가로질렀고, 가끔은 자신을 다른 세계 룬으로 인도해 줄 확실한 마법의 기운을 기다리며 차가운 땅속으로 들어가 잠들었다... 브랜드가 단 한 개의 룬이라도 발견하는 날에는 룬테라에서 그를 막을 만한 힘을 가진 자는 극히 드물 것이다.